⊙ “정·재계 인사들 직접 진맥해 보니 金大中은 수양체질, 李健熙는 목음체질”
⊙ 관절염 완치한 도올 김용옥 “내가 만난 神은 단 두 사람이 있다. 그 하나가 모차르트요,
또 하나가 권도원이다”
⊙ 한의사協의 대통령 한방 주치의 제안 거절… “암환자 치료에 몰두하겠다”
2010년 10월, 한 한국인 한의사의 논문이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 5》(Advances in Medicine and Biology. Volume Ⅴ)란 학술지에 게재됐다. 미국의 과학 출판사인 노바사이언스(Nova Science)에서 펴낸 논문집으로,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 연구자들의 의학 및 생물학 관련 논문 총 14편이 게재됐다. 마지막 장에 게재된 한국인의 논문 제목은 <8체질 침의 이론적 기초>(A Theoretical basis for the eight constitution acupuncture), 저자는 ‘권도원(Dowon Kuon)’으로 기록돼 있다.
논문은 40여 년 전 세상에 처음 알려진 8체질 이론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저자는 인체의 요골동맥(radial artery)에 숨겨진 8체질의 ‘사인(sign)’을 찾아내면 각 사람의 고유한 체질을 알 수 있어 그 나름의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바 사이언스가 이 논문을 실은 이유는 2008년 7월 한국 학술지인 《아미노애시드》(Amino Acids)에 실린 다른 한 편의 논문 때문이었다.
김경례 성균관대 명예교수(약학부), 백만정 아주대 교수, 조정환 숙명여대 교수 등이 참여한 논문 <침술치료 과정에 따른 소변 폴리아민 패턴 변화에 대한 연구>(Altered urinary polyamine patterns of cancer patients under acupuncture therapy)는 암 환자에게 공통으로 발견되는 마커(marker·진단지표)에 대한 실험 과정을 서술했다. 폴리아민은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물질 중 하나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암 환자 3명의 8체질 치료 전·중·후 과정을 검사해 마커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 케이스는 직장암(55·남), 폐암(52·여), 유방암(59·여) 등 환자 3명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백만정 교수는 “폴리아민과 암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많았지만, 침술치료와 폴리아민의 전개 과정을 연구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와 이렇게 오래 대화한 것은 처음”
8체질 의학은 전국의 많은 한의사가 적용하고 있는 한의학의 한 분파로 알려졌다. ‘사상체질의학회’와 같은 대한한의학회의 정회원학회는 아니지만, 1965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국제침구학회를 통해 처음 소개된 후 세계 의학계의 관심과 논란 속에서 성장했다. 권도원(權度?) 제선한의원 원장은 8체질 의학을 처음 만든 사람이다. 1921년생으로 한국나이 91세인 그는 언론 인터뷰나 TV강연 등 외부활동을 꺼렸다.
권 원장과 8체질 의학을 위시한 서적도 다수 출간됐지만, 모두 그의 오래전 강연이나 기고한 몇몇 글 등을 바탕으로 한의사들이 연구해 쓴 책이다. 8체질 의학 전반에 대한 학습서적을 펴낸 한 한의사는 인터뷰를 청하는 기자의 메일에 “출간 허락을 위해 단 한 번 권 박사님을 뵈었다”며 “권 박사님을 추앙하는 8체질 의사들도 그의 의중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고 답해 왔다.
권 원장은 현재까지 직접 제자를 양성한 적이 없다. 그리고 8체질 의학은 사상의학의 한 분파가 아니라 이론과 치료법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의술이라고 한다. 서양 의학은 물론 한의학과도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는 권 원장이지만 최근 그의 암 치료 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의학계의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12월부터 3달에 걸쳐 권도원 원장을 총 5차례 만났다.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3~4시간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처음 취재 목적은 ‘봉한학설’로 주목받다 생체실험으로 몰락한 북한의 의학자 김봉한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이미 어느 정도 실체가 알려진 김봉한보다 권 원장 본인의 이야기가 더 기사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주제를 바꿨다. 권 원장은 사실상 처음 공개되는 이번 인터뷰에 자신의 뜻이 와전될까 마지막까지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기자와 이렇게 오래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제선한의원을 찾은 환자는 처음 그의 외모와 행동을 보고 8체질 의학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고 한다. 그는 매일 한의원에 출근해 오전 내내 40여 명의 암 환자를 치료한다. 우리 나이로 올해 91세지만 70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외모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다니기까지 한다. 평생 체질식을 실천해 온 권 원장 자신이 8체질 의학의 산증인인 셈이다.
“美 암 전문의도 믿지 못할 결과”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먼저 글을 쓰는 사람이 8체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정확한 사실이 와전돼 버리면 문제가 커집니다.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 하죠. 한 방송사에선 6년 전부터 자리를 만들어놓고 와서 강의해 달라고 하는데 못 했습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 많은 분야라 의학계에 괜한 논란을 불러올까 걱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양의와 한의 모두 그만한 가치가 있고, 존중해야 해요. 이 인터뷰도 솔직히 안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해 8체질 관련 논문이 외국 학술지에 게재됐는데요.
“시작은 국내 논문이었어요. 암이 발생하면 환자에게 공통으로 발견되는 마커(진단지표)가 있습니다. 한 한국인 대학교수가 30여 년 전 서양에서 이를 연구했는데, 수술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겁니다. 다른 마커는 수술하면 줄어드는 데 말이죠. 30년 동안 사실상 쓰지 못했죠. 지금으로부터 6~7년 전 제가 환자 5명을 보내 검사를 해봤습니다.”
환자 5명의 치료 전 검사 결과는 모두 암으로 판명났다. 권 원장은 3개월 동안 이들을 치료해 다시 검사를 의뢰했다. 얼마 후 그 교수는 5명 모두 해당 마커를 포함한 모든 마커가 없어졌다는 결과를 알려왔다. 그리고 하와이대의 암 전문의도 믿지 못할 결과라고 했다며, 이번엔 해당 마커만을 이용해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권 원장은 암환자 3명을 새로 정해 치료를 했고, 연구팀은 치료 과정을 검사해 마커가 사라지는 것을 재확인했다. 권 원장은 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랐다. 그의 설명이다.
“그 논문을 미국 학술지 출판사인 ‘노바사이언스’ 사람들이 본 겁니다. 학회 측에 논문을 게재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고, 그쪽에선 연구결과는 암을 검사하는 마커일 뿐이고, 환자를 침으로 치료한 사람은 따로 있다며 제게 연결을 해준 겁니다. ‘노바사이언스’에서 수차례 연락이 왔어요. 계속 사양하다 결국 8체질침 치료의 이론적 원리를 써서 보냈습니다. 그게 지난해에 출간된 거죠.”
10개 내장의 强弱 분석해 체질 분류
8체질의 기본 원리는 인간을 8가지 체질로 분류하는 것이다. 몸속 10개 내장의 강약 배열을 분석해 목양(木陽·Hepatonia), 목음(木陰·Cholecystonia), 토양(土陽·Pancreotonia), 토음(土陰·Gastrotonia), 금양(金陽·Pulmotonia), 금음(金陰·Colonotonia), 수양(水陽·Renotonia), 수음(水陰·Vesicotonia) 총 8가지 체질로 나눈다.
각자의 체질은 몸에 유익하거나 해로운 음식이 모두 다르다. 간이 가장 큰 장기로 선두에 서는 목양체질은 육식이 이롭고 생선이 해로운 반면, 대장이 선두에 서는 금음체질은 그와 정반대다. 기자의 진맥을 본 권 원장은 금음체질이라고 했다. 건강이 좋지 못해 세 차례 진맥을 해서야 정확한 체질이 나왔다. 8체질 섭생법에 따르면, 금음체질은 모든 육식을 끊고, 약을 주의해야 하며,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원칙이다. 권 원장은 기자에게 우선 한 달만이라도 육식을 끊어볼 것을 권했다.
체질에 따라 성격도 크게 구분이 된다고 한다. 폐가 작은 목양체질은 말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피곤에 빠지며, 몸이 크고 건강해 덕이 있어 보인다. 토양체질은 성격이 급하다. 부지런하고 일을 많이 하나 뒤처리는 잘 못한다. 토음체질은 권 원장도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희귀한 체질이라 한다.
수양체질은 의심이 많고 꼼꼼하다. 토양체질이 일을 벌이면 이를 수습할 만한 사람이 바로 수양체질이다. 수음체질은 본래 위가 작게 타고나 먹는 것에 관심이 없다. 금양체질은 비현실적이고 전면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창의력이 강하다. 금음체질은 평소엔 과묵하나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지고, 장거리 달리기에 능하다.
권 원장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도 체질이다. 육식을 해선 안 되는 금양체질이 고기를 먹을 때 생기는 병이란 것이다. 금양체질을 제외한 다른 체질은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의학도 지금까지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의 체질
권 원장의 암 치료는 8체질의 구분에서 시작한다. 체질에 맞는 식습관을 지키고, 그에 맞는 침 치료를 통해 암을 수술 없이 치료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처음엔 이를 믿지 않다가도, 치료를 할수록 효과가 입증돼 적극적으로 8체질 치료에 임한다고 한다. 정·재·학계의 다양한 인물이 직접 치료 또는 진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재계 인사가 직접 찾아오는 일이 잦습니까.
“꽤 많이 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前) 한나라당 대표의 체질을 압니까.
“진맥을 해본 적이 없으니 저도 알 수 없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만 체질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이 대통령은 전혀 알 수 없고, 박 전 대표는 목양체질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박 전 대표는 어떻게 추정할 수 있습니까.
“박 전 대표의 아버지는 금음체질, 어머니는 목양체질입니다. 아마 어머니를 닮은 체질인 것 같아 그래요. 체질은 유전됩니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내외의 체질을 어떻게 압니까.
“어떻게 알긴… 진맥을 했으니까 알죠. 박 전 대통령은 생선은 먹되 육식을 하면 안 되는 체질이었습니다.”
―다른 전직 대통령도 진맥한 적 있습니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아주 오래전 (진맥)한 적 있습니다. 수양체질이 나왔어요. 꼼꼼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의 체질입니다.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보좌진도 없이 혼자 찾아와 진맥을 받고 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금음체질이었어요.”
―이병철(李秉喆) 삼성그룹 창업주도 이곳에서 치료를 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분은 목양체질이었습니다. 기업가에서 많이 나오는 체질이에요.”
―아들인 이건희(李健熙) 회장도 같은 체질입니까.
“이건희 회장은 목음체질입니다.”
―체질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직접 진맥을 한 겁니까.
“그렇죠. 진맥을 하지 않고선 정확한 체질을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체질 연구를 언제부터 시작했습니까.
“아주 우연히 시작했어요. 80년쯤 전 일입니다. 열두 살 때 이가 아파 금니를 했습니다. 일본의사에게 가서 했는데 그날부터 이가 너무 아픈 겁니다. 자꾸 누르니까 구멍이 났고, 새로 갈기 위해 치과에 가서 금니를 빼니 치통이 멈췄습니다. 새 금니를 했는데, 다시 아프기 시작해 제가 스스로 빼버렸습니다. 통증이 또 사라졌어요. 저는 금니가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런 작은 사실이 후에 이렇게 발전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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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원 원장이 김경례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쓴 논문에 실린 도표. 암 환자 3명의 9가지 폴리아민(암의 지표) 수치가 치료 과정에서 현저히 줄어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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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원 원장의 첫 제자가 될 뻔했던 철학자 도올 김용옥. |